사랑과 우정

경박자(輕薄子)의 경거망동(輕擧妄動)

가얏고 2008. 12. 16. 05:25

경박자(輕薄子)의 경거망동(輕擧妄動)

 

여헌(旅軒) 장현광(張顯光-조선조 인조 때의 학자)이 어느날 마당에서
보리타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우(暴雨)가 쏟아져 보리를 마루 위에
거두어 놓았습니다.


때마침 그 고을 감사(監司)의 아들이 비를 피하여 마루 가운데에
들어와 앉으며 예의(禮儀)를 차리지 않고 여헌에게 말을 건넸습니다.

 

감사 아들 : "타작한 보리가 많은데, 자네는 곡식을 찧어 먹는 것 같네."
여       헌 : "힘껏 농사를 지으면 간신히 굶주림은 면하지요."
감사 아들 : "허리에 차고 있는 금관자(金貫子-금으로 만든 술잔)는 혹시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곡식을 바치고 벼슬을 얻은 게 아닌가?"
여       헌 : "요즈음에 벼슬을 올려주는 일이 매우 많아 시골 사람들도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금관자를 얻을 수가 있지요."
감사 아들 : "자네 아들은 있는가? 있다면 무슨 일을 하는가?"
여       헌 : "예, 양(養)아들이 부제학(副提學) 일을 하고 있는데 지금 서울
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에 일보러 갔지요."
감사 아들 : "여헌 장 선생이 이 마을에 계시다 던대 혹시 아는가?"
여       헌 : "가까이 사는 젊은이들이 무식해서 나를 여헌 이라고 말합디다."

감사의 아들이 그 말을 듣고 놀랍고 두려워 마당에 내려가 말하였습니다.
"제가 어리석고 아둔하여 선생께 죄를 지었으니 그 벌을 받게 해 주시시오."
라고 하자 여헌(旅軒)은 그를 마루에 올라오게 하고 꾸짖었습니다.


"선비는 말을 삼가야 하는 거라네. 이후로 다시 그러지 말게." 

 

언어(言語)와 행동(行動)이 경솔(輕率)하고 천박(淺薄)한 사람을
경박자(輕薄子)라 하고,
그러한 사람들의 경솔(輕率)한 언동(言動)을 일컬어
경거망동(輕擧妄動) 이라고 한다.
이러한 경거망동(輕擧妄動)은
그 사람의 신뢰도(信賴度)와 품격(品格)을 여지없이 떨어뜨리고
마침내 그 사람의 진실(眞實)마저 의심(疑心)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.

 

言顧行行顧言(언고행행고언)
말은 행동(行動)을 돌아보고

행동(行動)은 말을 돌아보아야 한다고

했습니다.